영화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화 아무르(2012년)

oliver2000 2025. 9. 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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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영화를 보고 싶었습니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영화예고프로그램에서 본 적 있는 듯 한 '아무르'를 보게 되었습니다.
황금종려상(2012년) 수상작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선택 요인이긴 했습니다.
황금같은 주말 저녁을 값진 영화 한 편으로나마 보람차게 채우고 싶으니까요.

수상내역이 어마어마하죠.
이 정도면 믿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가볍게 기분전환용으로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정신건강을 위해 포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 스토리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조르주와 안느는 자신들이 키운 유명 피아니스트 제자의 콘서트에 다녀옵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유복한 노년을 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안나가 배터리가 떨어진 로봇처럼 말도 동작도 멈춤 상태가 됩니다. 조르주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텅 빈 눈동자와 움직임 없는 몸에, 조르주는 화도 내보고 찬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대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조르주는 싱크대 수돗물을 잠그는 것도 잊은 채 옷을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물흐르는 소리에 보는 이의 불안감도 가중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물소리가 뚝 멎습니다.
네. 안나가 그 새 정신을 차리고 물을 잠근 것이었습니다.
조르주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안나를 붙들고 계속 캐묻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아무것도 기억해내지 못하죠.

결국 병원에서 수술을 받지만 반신불수가 되고 맙니다. 
퇴원 후 안나는 남편 조르주에게 '자신을 다시는 병원에 보내지 말 것'을 약속받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중인데요,
그로 인해 안 좋은 사건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죠...

조르주는 집에서 아내를 간병하기 시작합니다.
평소처럼 함께 식사를 하고 재활운동을 하고 방문간호사, 의사, 미용사 등의 도움도 받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닙니다.
점차 상태가 안 좋아지고 말도 어눌해집니다.
음식도 일반식에서 유동식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침대에 실례를 하게 되죠.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몸 상태에 안나 역시 당황하고 화가 난 듯 합니다.
자식도 만나기를 꺼려하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성공한 제자의 방문도 받고 연주선물도 받는 스승이지만, 몸은 안나의 감옥이 되고 맙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병도 생겨."

라고 담담히 말하지만 안나 역시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조차 못 하겠네요.
본인뿐만 아니라 간병을 전담하는 남편 또한 본인 못지않게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 또한 노년기를 살고 있으므로 몸도 마음도 쉬이 지칩니다.

안나는 날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고 이제는 의사소통조차 힘든 상태가 됩니다.
유동식도 삼키기 어려워지고 물조차 거부하려 하죠.
이에 조르주는 자신도 모르게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안나의 뺨을 후려갈겨버립니다.
곧 "미안해."라고 사과하지만 말입니다.

방문간호사가 목욕을 시켜주는 동안 안나는 '아파!'를 반복합니다.
마치 그 단어밖에 모른다는 듯이 말이죠.
또 다른 방문간호사는 안나의 머리를 사납게 빗기고 안나를 함부로 대합니다.
그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요...
안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죠.
조르주는 이에 화를 내며 "너도 언젠가 네가 대한 환자랑 똑같은 취급을 당해라."라고 폭언을 하고 해고 해 버립니다.

조르주 역시 나날이 상태가 안 좋아집니다.
물에 잠겨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악몽까지 꾸게 되죠.

딸은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찾아옵니다.
조르주는 안나의 침실을 잠가놓습니다.
딸이 최악의 상태가 된 엄마를 보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엄마의 침실로 들어가 엄마의 상태를 봅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엄마를 보고, 한참을 창가에 서서 오열하죠.

딸은 이대로 둘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하지만,

"네가 데려갈래? 아니면 요양병원에 보낼까?"
"방문간호사가 일주일에 3번 오고, 15일마다 의사와 미용사가 온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냐?"

라고 묻습니다.
이 대목에서 가족간병을 하는 이들의 막막한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족 간병을 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노조차 들기 싫어하면서 홀로 치열하게 노를 젓고 있는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며 비난만하는 뱃사공들이 너무 많다. 그게 자신을 더 힘들고 지치게 한다..'

라고요.

몇 년 에서 몇 십 년에 걸쳐 본인의 삶을 희생하며 가족 간병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무기력, 절망,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 내 삶에 대한 고뇌, 죽어가는 이에 대한 연민, 경제적인 부담감 등의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몸과 마음이 죽어가는 자신의 부모를 아기 돌보듯 밝게 웃으며 다독거리던 이가 이내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며 말합니다.

"대체, 언제 끝이 날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의 터널에 갇힌 것 같아요."

조르주 역시 그런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자신 역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죽으면 안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요양병원으로 보내져 연명의료행위로 강제로 음식물이 주입되는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되겠죠.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는 넓은 집.
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된 조르주의 간병이라는 사투가 힘겨워보입니다.
결국 몸도 정신도 피폐해져 버린 조르주는 "아파"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안나의 손을 쓰다듬으며 옛날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다, 다음 순간, 한결 편안해 보이는 안나를 베개로 눌러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후, 밖에서 꽃을 사 오고 안나의 옷장에서 드레스를 고르는 조르주.
안나를 정성스레 단장해주고 깨끗히 씻은 꽃으로 장식해줍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소파에서 잠을 자던 조르주는 달그락 거리며 부딪히는 접시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기우뚱거리는 몸을 겨우 일으켜 부엌으로 간 조르주.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는 건강한 모습의 안나가 외출준비를 하라고 이릅니다.
조르주는 그 말에 얼른 외출복을 입고 안나와 함께 외출을 합니다.

텅 빈 집...
조르주와 안나의 딸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휑한 집을 천천히 둘러보는 그들의 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존엄사에 대하여
존엄사, 안락사에 대한 다큐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될 죽음 앞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 선택할 수 있을까요?
준비 없이 갑작스레 맞이하는 죽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 놓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노년의 부모님들조차 미리 준비를 해 놓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자식들은 부모의 의견을 수렴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의 이상증세를 감지하고 병원으로 갑니다.
각종 검사를 하고 치매 판정을 받고 나날이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모습을 옆에서 괴롭게 지켜봐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갑니다.
애증의 양가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갑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부모님 본인이 자신을 위한 의사결정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저 병원이 시키는 대로 자식이 결정하는 대로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로 가야 합니다.
자율적인 의사결정권 따위가 없게 됩니다.
본인을 대신하여 결정권을 떠 넘겨받은 자식 또는 기타의 보호자 역시 부담스럽습니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부모가 괴로울까 봐 고통받을까 봐 역시 마음이 힘듭니다.
연명치료를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대로 말입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우리나라도 2018년 [연명치료거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연명치료거부법'은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을 때 연명의료(생명 연장 목적의 의료행위)를 거부할 수 있도록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법률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을 받는 모습을 보았는데요, 본인이 사전에 건강할 때 미리 이것을 작성하여 정부 지정 등록기관에 등록을 해 놓으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환자의 존엄한 죽음과 자기 결정권을 위해서'라는 취지입니다.
최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미리 신청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훌륭한 영화 '아무르'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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